오래된 그이터

오래된 그이터

도서명:     오래된 그이터
부제목:     문명의 발상지 그리스 이집트 터키 기행
시리즈:     인디 부부의 내 맘대로 세계여행
출판사:     인디라이프
값:           12,000원
판형:        152 mm x 225 mm
페이지:     284쪽 (4도, 1도)
출간일:     2018년 9월 10일
ISBN:        979-11-964117-0-1

작가 머리말

남편이 내가 전에 써 놓았던 ‘여행기’를 책으로 만들자고 한다.  2000년 12월에 다녀온 여행이니 17년 전의 기록이다. 무엇을 적었는지 잊기에 충분한 시간이 흐른 터에, 느닷없는 소환이 당황스럽기는 하지만, 타임캡슐을 여는 심정으로 우리 가족의 소중한 기록을 열어 보기로 했다.

좀 거칠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내 별명은 ‘들개’다. 어렸을 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서 얻은 별칭이다. 덕분에 여름이면 늘 더위를 먹어 특효약이라는 익모초즙을 입에 달고 살았다. 커서 생각하니 그 ‘더위’라는 것은 탈진 증세였다. 꼬마 적에, 나는 매일같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책가방 던지고 개울로 달려가 해가 질 때까지 놀았다. 개울에 가려면 집과 개울 사이의 논둑길을 한참 걸어야 했는데, 하루에도 몇 번씩 그 길을 오가며 놀았으니, 어린아이의 체력으로 감당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 더구나 땡볕에 돌아다니니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려 식구들은 나를 깜둥이라고 놀리기도 했다. 

조금 커서 중학생이 된 후 나의 취미는 독서로 옮겨갔다. 당시 내 독서 목록은 걸리버여행기, 톰소여의 모험, 15소년 표류기, 허클베리핀의 모험, 로빈슨크루소의 모험 따위의 온통 모험 이야기였다. 나는 로빈슨크루소의 무인도 표류 생활이 너무나 부러워 어른이 되면 꼭 무인도에 가서 살아보려고 마음먹었다. 나의 연대표로 본다면, 비록 상상의 세계지만 넓은 세상으로 발을 들여놓은 시기이다. 

남편은 조용한 사람이고 나는 분주한 사람이다. 우리는 아주 다른 성향을 지녔는데,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둘다 나다니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다만 나는 무조건 신발부터 신는 사람이고 남편은 모든 계획을 거의 완벽하게 세우고 집을 나서는 사람이다. 아이들 어려서는 토요일마다 당시 막 나온 유홍준의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전국을 돌아다녔다. 아이들이 더 이상 안 따라 다니겠다고 독립선언을 한 후로는 둘이 전국의 산과 들을 찾아 다녔다. 사실 우리나라 유적의 대부분은 산자락에 있지 않은가. 덕분에 우리 나들이는 문화탐방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거기에 걷는 즐거움까지 누리는 완벽한 놀이였다. 

아이들이 자라고, 우리도 운신의 폭이 커졌다. 당연히 우리의 놀이터도 확장되고 놀이도 다양해졌다. 맥주를 좋아하는 남편은 세계 각 나라의 맥주 맛을 찾아 즐기며 제조법을 포함한 맥주의 모든 것에 흥미를 가졌는데, 작은 맥주 한 병에도 제 자신은 물론 제 나라의 역사까지 들어있어서 그것을 불러내는 즐거움도 제법 쏠쏠하다고 했다.

한편, 무인도에 가서 살아보겠다는 나의 철부지 적 꿈도 진화하여 작품 속의 배경이나 원형을 찾아보고 싶은 바람이 추가됐다. 이를테면 제인에어와 폭풍의 언덕을 탄생시킨 영국 요크셔 지방 ‘하워드 마을 방문하기’ 같은 것이다. 작게는 일상의 문화 욕구에서부터, 크게는 세계의 역사와 문화, 지리 그리고 인문학을 공부하고 경험하는 큰 덩어리의 놀이로 확장되었다. 

두 해 전에 다녀온 동유럽 여행의 주제는 ‘음악’이었지만 그것뿐이겠는가. 그들의 다양한 맥주, 아름다운 풍광, 사는 모습, 크게는 동유럽 전체의 역사까지도 우리 여행의 범위였다. 나라 밖이 아니어도 좋다. 봄이면 온 동네에 만발한 봄꽃이 우리를 불러낸다. 먼 곳이 아니어도, 낯선 곳이 아니어도 집 밖은 늘 새로운 세계다. 

남편이 올해 안식년을 선포했다. 같은 일을 수십 년 했으니 당연한 결정이다. 그리고 그동안 안 해본 일 중에서, 그 수십 년 해온 일 만큼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있는 중이다. ‘놀이’도 되고 ‘일’도 되는 재미있는 일을 찾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그보다 더 큰 행복은 없을 터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찾아보기로 했다. 첫 번째 선택지로 오른 것이 여행이다. 그동안 직업 외의 일상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일이 그 일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일이지만, 그것 역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능력과 노력이 필수 조건이다. 게다가 우리가 기꺼이 몰입한 시간이 얼마인가. 여행이란 정제된 단어를 알기 훨씬 이전부터 ‘세상 구경’이 우리의 취미가 아니였던가. 이제 여행이 일거리도 될 수 있는 창의적인 콘텐츠를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인도, 이스라엘, 동유럽, 히말라야 등 그동안 다녀온 곳의 이야기를 적어 보기로 했다. 남편은 여행 목적지가 정해지면 논문을 써도 될 만큼 공부를 많이 한다. 사실 아무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면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책으로 남기면 우리에게도 의미있는 일이고, 누군가에게도 필요한 정보를 나누어 줄 수 있는,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됐다. 

이런 사연으로 불려나온 것이 내 ‘지중해 여행기’다. 오래전에 가족이 함께 다녀온 지중해 연안 세 나라의 여행 감상문이다. 어찌 해보려는 욕심도 없이 그저 새로운 세상에서 느낀 감동을 기억하려고 적어 놓은 글이다.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열심히 진지하게 써 두었는지 이제 그 까닭을 알아보아야 할 때가 온 듯하다. 
오랜만에 열어보니, 갈피마다 빨간 사과처럼 알알이 선명한 추억이 들어있다. 빛을 잃지않은 호기심과 경이로움이 반짝반짝 살아있다. 잘 있었니? 새로운 시작을 위해 우리의 추억을 불러냈다. 

이제 ‘오래된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다. 새 도화지를 펼쳐놓고 함께 그리자고 손을 끌어준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변함없이 삶의 친구가 되어준 여행, 또 다시 새로운 삶의 놀이터가 되어 우리를 초대한다.

작가 소개

안정옥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으며, 세계문화를 공부하였다. 똑같이 여행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우리나라 방방곡곡과 다른 나라 여러 곳을 돌아다녔다. 그래도 한 달 간 파리에서 혼자 느긋한 휴가를 즐긴 것을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꼽으며, 딸과 둘이서 인도 배낭여행을 무사히 다녀온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남편과 함께 60세 이후의 삶에 대한 모색을 통하여 ‘인디라이프’라는 비전을 세웠다. 그 실천 과제 중 하나로 여행을 좋아하는 부부의 여행 경험을 기록한 ‘인디 부부의 내 맘대로 세계여행’ 시리즈를 기획하였으며, 그 첫 번째로 이 ‘오래된 그이터’와 남편의 ‘이스라엘 기행’을 짝 맞추어 함께 출간하게 되었다.

출판사 서평

도서출판 인디라이프는 창립기념 기획 출판물인 ‘인디 부부의 내 맘대로 세계여행’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안정옥 작가의 ‘오래된 그이터’를 출간하였다.

‘인디 부부’란 저자가 동갑내기 남편과 자신을 일러 부르는 호칭으로 저자의 남편은 이번에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 ‘이스라엘 기행’을 동시에 출간한 홍은표 작가이다. ‘인디 부부’의 의미에는 60 이후의 삶도 전과 같이 열정을 다해 살아갈 것이라는 다짐이 들어있다고 한다.

‘인디 부부’에게 여행은 각별한 의미가 있다. 중요한 삶의 변환점에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 이들 부부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배낭을 꾸려 집을 떠나는 것이다. ‘오래된 그이터’도 그중 한 여행에 대한 기록이다. 20여 년 전 저자의 남편이 잘 다니던 대기업을 갑자기 그만두었을 때 부부는 먹고살 궁리에 앞서 학기 중의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그때 돌아본 곳이 터키, 그리스, 이집트 땅이다. 그곳은 인류 문명이 시작된 곳이니 새로운 시작을 위한 영감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선택한 여행지라고 한다. 저자가 그 여행에서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는 책 속에서, 넓고 큰 세상의 경이로움과 함께 그 속에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이 스스로 ‘오래된’ 이야기라고 부르는 여행기를 세상에 내놓는 까닭은 이들 부부가 새로운 출발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변화는 누구에게나 어렵고 두려운 일이다. 그러나 ‘인디 부부’는 이 출발점이야말로 자신들의 삶에서 가장 신나는 지점일지도 모른다고 입을 모은다. 여행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대신 자신감과 여유를 준다는 것을 기억하며 부부의 꿈인 여행 사업을 시작했다. 동시에, 부부는 물론 다른 여행자들의 여행 경험을 엮어내는 출판 사업도 함께 열어 제 힘으로 부부의 여행기를 책으로 펴내게 되었다.

‘그이터’는 그리스, 이집트 그리고 터키를 뜻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있던 곳, 즉 여행지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따뜻한 미소와 언제 어디서든 피붙이처럼 반갑던 한국인 여행자들과의 조우, 그리고 한 달간 동고동락한 가족의 사랑을 오래도록 잊지 않으려고 모든 그리움을 담아 만든 말이라고 한다.

이 여행 이후에도 저자 부부는 틈틈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였고, 이 이야기들도 계속 책으로 엮어 출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새로운 중년, 액티브시니어 부부의 멋진 모습이 기대된다.